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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양귀자_모순

feel_name 2018. 2. 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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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_모순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 진모가 나 못지 않은, 아니 나를 훨씬 능가하는 문제아로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에도 나는 그애의 삶에 참견하지 않았다. 진모의 삶은 진모의 것이었고 진진의 삶은 진진이의 것이었다이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삶의 공식인가 말이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었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었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그렇게 사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이었다. 누군가 내게 그런 실례의 발언을 하는 것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과는 두 번 다시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상처받은 내 자존심이 용서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이 이럴진대 타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나위도 없었다. 내 친구들에게 한 번 물어보면 당장 확인 될 일이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는 절대 충고라는 이름의 지당한 말씀은 하지 않는 위인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말이었다. 그런 말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 후르르 목구멍에 불이 붙더니 금세 뱃속이 찌르르해졌다. 조금 더 마시면 몸속이 따끈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리라, 이런 느낌 때문에 나는 독주를 좋아한다. 술을 잘한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술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줄은 알고 있다. 진모와 내가 공통적으로 받은 유전자가 있다면 바로 이것, 알코올에 친화력이 있다는 것이다 49P

- 해질 녘에는 절대 차선 길에서 헤매면 안돼,  그러다 하늘 저켠에서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 …

- 나는 왜 갑자기, 어딘가에서 그 남자의 냄새나는 양말을 깨끗이 빨아 널고 잠들 수도 있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까

-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한 달은 모자란 시간 때문에 한 없이 짧다. 또한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한 달은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을만큼 한 없이 넉넉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 한 달 동안 사랑을 완성 할 수도 있고 또한 사랑을 완전히 부숴버릴 수도 있다 P 90

- ‘언제나 최고의 셔터찬스는 한 번 뿐, 두번 다시는 오지 않는다. 좋다고 느껴지면 망설이지말고 무조건 셔터를 눌러야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훌륭한 순간 포착, 그 곳에 사진의 진가가 존재한다’ P 97

- 김장우는 아무래도 괜찮다는 듯이 또 씨-익 웃는다. 저 웃음, 그는 모든 말과 말 사이를, 모든 행동과 행동 사이를 언제나 웃음으로 연결짓는다. 마치 수채화 붓으로 연푸른 선 하나 짧게 긋듯이 씨-익…… P99

- 아무도 없이 너 홀로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느냐고 꽃을 쓰다듬으며 울 수도 있겠지, P106

- 철이 든다는 것은 내가 지닌 가능성과 타인이 지닌 가능성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에 다름 아닌 것 이다

-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 보다는 거대한 불행 앞에서 차라리 무릎을 꿇어버리는 것이 훨씬 견디기 쉬운 것이다

-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자부책 게산을 그렇게 한다 p 116

- 옛 날, 창과 방패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이 창은 모든 방패를 뚫는다. 그리고 그는 또 말했다. 이 방패는 모든 창을 막아낸다. 그러자 사람들이 물었다.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 겨울이 있어서 봄도 있을 수 있다

-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있다면 늘 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 것 처럼 사는 것이라고 이모는 죽음으로 내게 가르쳐주었다. 이모의 가르침대로 하자면 나는 김장우의 손을 잡아야 옳을 것이다. 

- 모순 (矛盾) 창모, 방패순 / 창과 방패, 라는 뜻으로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되지 아니함.

- 우이독경 / 소 귀에 경 읽기 / 우둔한 사람은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주어도 알아듣지 못함

- 마음에 담아 둔 것을 내보이는 데 한 없이 서투른 사람. 그렇지만 마음속에 모든 것이 다 있는 사람 173

-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과거를 버릴 수 없는 것인지도 173

- 숙박객이 많아서 그럴 수도 없었지만 애시당초 방을 두개 달라는 주문 따위 나는 할 생각도, 하고싶은 생각도 없었다. 영화에서나 소설에서 그런 연인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냉소했다.  방이 하나든 둘이든 이루어질 일은 다 이루어지며, 이루어지지 않을 일은 어떻게든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어디 있는가 174

- 마음이 이미지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우리들 마음을 이끌어 버렸을 때 그 자괴감을 어찌 견딜지는 나는 알 수 없었다.  세속의 도시가 우리에게 가르친 것은 침대는 정신보다 육체를 더 많이 요구하는 침구라는 사실이었다. 특히 숙박업소의 침대는 더욱 그랬다. 174

- 그러나 한 없이 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달리기만 할 줄 알고 멈출 줄은 모르는 자동차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듯이, 인생 여섯번 째 질주에서 마침내 멈추었다. 가슴 속 구멍이 바다만으로 막기어렵다면 술을 마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가까스로 나의 질주를 멈추게 하였다.

- 사랑에 관한 네 번째 메모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한 채 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무엇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나는 며칠동안 사랑에 집착했다. 그리고 확인했다. 전화에 자유롭지 못한 나, 유행가에 민감한 나, 거을 속의 내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는 나, …
모든 것이 다 사랑이었다. 위험과 안전을 동시에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의 사랑이 맞았다. 나는 김장우를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중략
오랜시간 고찰했지만 나는 내가 나영규보다 김장우를 더 사랑하고 있다는 명확한 단서를 구하지 못했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그것때문에 사실 나는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겠다는 지난 몸의 그 부르짖음이,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온 힘을 다해 탐구하는 것이라던 그 봄날 아침의 다짐이 무위로 그치고야 말리라는 공포도 느꼈다.
 나는 정녕 그날의 다짐을 성취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스물다섯 이전의 졸렬했던 내 인생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부터라도 주어진 내 삶에 전력투구하고 싶다는 그 기상한 각오가 이렇게 스물다섯의 나이에 가질 수 있는 여러가지 결단 중에서 나는 결론을 선택한 것이다. 
내가 결혼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제발, 부탁이니, 누구도 비난하지 말기를 바란다. 하기 좋은 말들로 나를 설득할 생각도 하지 말아 주기를 바란다. 
여자 나이 스물다섯에 할 수 있는 결단이 꼭 결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를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럼에도 나처럼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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